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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sca
생태(Ecology)와 경제(Economics) 그리고 윤리(Ethics)가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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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6. 16:12 Miscellany

520억 들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좌초 위기

 

 

 

전 클래식을 매우 좋아합니다. 요즘 듣는 음악이 딱 두 가지인데 하나는 카라 노래, 하나는 클래식입니다. 전에는 힙합이나 락도 많이 들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귀가 불편한 음악은 별로더라구요....(뭐 더 큰 이유는 찾아보기 귀찮아서구요~;;)

 

 

쓸데없는 말은 이 정도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께요~ 현재 국립오페라단하고 국립오페라합창단은 전용극장이 없습니다. 지금 예술의 전당을 전용극장처럼 쓰고 있는데 그곳엔 국립오페라단만 있는 게 아니라 국립발레단, 코리아심포니가 같이 쓰고 있습니다. 웬만한 유명 오페라단은 전용극장이 있죠... 국립오페라단의 숙원사업이 바로 전용극장 설립입니다.

 

 

전용극장이 필요하다고 아우성 치는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서울시교향악단(언제부터 자기들이 SPO라고 얘기하고 다니더라구요 ;; SPO는 서울필하모닉오케스타라의 준말입니다)입니다. 서울시향은 지금 세종문화회관에 얹혀지내는 중입니다. 원래 서울시향은 시립이었을 때 운영권을 세종문화회관이 갖고 있다가 2005년에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바뀌면서 서울시향은 독립적인 조직이 되었습니다. (뭐 아직도 시에서 운영에 관해 이것저것 참견하는 게 많다고 합니다 ;;) 어쨌든 둘이 편한 관계는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서울시향을 재단법인으로 바꾸면서 서울시에서 약속해 준게 바로 전용극장 설립이었습니다. 바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입니다. 노들섬은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섬으로 전에는 맹꽁이가 지내고 새들이 지내던 자연섬이었습니다. 그러다 용산재개발과 맞물리면서 노들섬에도 개발 압력이 들어오게 되었죠....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어째서 여기에 '르네상스'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지 ;;)계획에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들어가게 된 배경입니다.

 

 

건설경기가 좋았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죠....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로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나서부터입니다. 벌써 용산역재개발은 지금 하냐 마냐 난리죠...;; 그 여파가 노들섬 오페라하우스까지 미쳤습니다. 위에 링크된 기사는 벌써 여기에 들어간 비용이 520억원인데 지금 이 사업이 중단될 위기라고 하고 있죠...;;;

 

 

용산역 재개발이야 민간사업이기에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중단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관에서 하는 사업입니다. 사실 체육시설이나 문화예술시설은 수익성만 따져서 짓는 게 아니죠.... 시민들의 체육시설에 대한 요구, 문화생활에 대한 요구, 또는 정책적 필요성, 시의 랜드마크 조성 등 여러가지를 따져서 만듭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게 좀 바뀝니다.

 

 

시가 지어놓고 민간에 위탁해서 관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건 바로 야구장같은 체육시설물입니다. 지금 잠실구장, 문학구장, 사직구장은 시가 각 구단에 위탁운영하도록 계약을 맺었습니다. 미국 같은 곳은 장기로 20~60년까지 임대운영을 하는 경우도 있죠...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게까지는 못갔지만 조만간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3~4년 단기든, 20~60년 장기든간에 위탁운영이나 임대운영은 그 시설물의 소유권은 시가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공공시설물입니다.  (일단 통용되는 '공공(公共)'이라는 개념이 官에 연계된 거라 공공시설물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공'의 개념을 좀 더 넓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나아가면 시가 아예 소유권의 형태를 주식회사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재단을 설립해서 이 소유권을 주식의 형태로 쪼개는 거죠... 뭐 어디처럼 51%만 갖고 있으면 '그게 내꺼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럴 경우 그 시설물의 이용이 공공의 논리를 따라가기보다는 수익의 논리를 따라갈 위험이 크다는 겁니다. 특히 그 시설물이 독점적인 위상을 갖고 있을 경우에 말이죠...;;

 

 

노들섬 오페라하우스가 원래는 재단설립을 해서 운영하려고 했나봅니다. 국립오페라단은 잘 모르겠고, 적어도 서울시향하고 묶어서 재단설립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섣불리 제가 예상하진 못하겠지만, 비슷한 외국 사례는 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입장료가 비싸다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전철을 밟을까요?? 아니면 시민들에게 문턱을 낮추기 위해 정책적으로 입장료를 조정하는 독일의 경우를 따를까요??  뭐 이런 사치스러운 고민도 짓고 나서야 할텐데 지금은 아예 만들지도 못한터라~ ;;

posted by namasca
2010. 12. 6. 16:10 Evolution

굳이 신문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티비나 인터넷 또는 요즘 새로 뜨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갖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죠... 특히 인터넷을 통하면 국내 언론 뿐만 아니라 세게 각지의 언론을 빠르고 손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제가 1~2학년 때만 해도 뉴스위크나 타임지 볼려면 학교 도서관에 가야했죠....;; 그 때만 해도 웹사이트가 그렇게 활성화돼지 않았거든요...




신문은 산업으로 볼 때 이젠 사양산업입니다. 오죽하면 공짜신문까지 나왔을까요?? 뭐 손에 잉크 조금 묻히는 더러움을 감수한다면 공짜 신문만 봐도 대충 세상 돌아가는 걸 알 수 있을겁니다. 사실 세상돌아가는 거 알려고 공짜 신문 집어 드는 분은 그렇게 많지 않죠...;; 출근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함이 더 클 겁니다. 또 부피가 큰 신문을 사람들이 붐비는 지하철에서 펴들고 보기에도 좀 눈치보이구요....



사실 더 눈치보이는 곳은 회사죠...;;; 저놈은 일도 안하고 아침에 신문부터 펼쳐보네~;; 특히 신입사원일 경우 더욱 그렇죠....;;; 인터넷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이트도 제한이 걸려있고, 점심시간에 따로 시간 내서 신문 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일찍 퇴근할 수 있는 거도 아니고....;;;; 자유로운 회사도 있겠지만 제가 경험한 곳은 좀(?) 빡빡했습니다. 도무지 시간 내서 신문 볼 이유(아니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쩌다 주말에 밀린 신문 볼라치면 피곤이 먼저 엄습해와서 20분도 안돼서 뻗곤 했죠....;;; 시사라는 게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야 대충 이야기의 전개 흐름을 아는데 일에 치여 살다보면 자연히 눈에서 멀어지고, 나중엔 그저 '그놈이 그놈이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냉소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 MB독재니, 5공화국의 재도래니 말은 많지만 사실 따져보면 MB독재도 아니고 5공화국의 도래도 아닙니다. 현재 그때 만큼 사상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이 안되고 있습니까?? 뭐 언론을 조작하려는 매우 어설픈 시도를 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 언론을 조작하려고 해도 잘 안됩니다. 사실 조작에 성공한다고 해도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 때만큼 시사현안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낮다고 말을 하지만 도무지 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나 찍는 거도 좀 웃깁니다. 또 투표해봐야 그 놈이 그 놈일게 분명합니다. 지금은 저 놈들이 나한테 고개 숙이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믿어만 주십시오'라고 외치지만 어차피 당선되면 여기에 코빼기도 비칠 놈들이 아닙니다. 어디서 쿵짜짝 거리면서 뒷돈이나 챙기려 들겠죠..... 관심없습니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그런대로 먹고살 수 있는데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은 굳이 신문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볼 여유도 없습니다. 본다고 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신문 산업은 점점 내리막 길을 가고 있습니다. 다른 쪽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데 신문 산업은 계속 쪼글아들고 있습니다.




뭐 조중동이라고 하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방송 해보겠다고 난리 치고 있지만 그 이면을 보면 신문으로는 도무지 앞날이 보이지 않기에 그렇게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이죠...현재 신문 산업의 가장 큰 위협은 시사에 무관심한 시민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신문 구독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죠...;;




매체별 이용시간을 보면 신문의 하락세는 더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신문사들은 발행부수를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발행부수에 관해서는 확실한 통계가 없는데 언론노조에서 말하는 바로는 2008년 조선일보가 206만부, 중앙일보가 163만부, 동아일보가 153만부라고 합니다. 사실 이 숫자도 뻥튀기가 있다고 봐야죠... 미국의 경우 2010년 3월 현재 월스트리트 저널의 발행 부수는 209만부, 뉴욕타임즈는 95만부입니다.(http://finance.yahoo.com/news/US-newspaper-circulation-apf-436809869.html?x=0) 우리나라 신문사의 발행부수가 이렇게도 많은데도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역설적으로 발행부수가 많아서 돈을 못 벌고 있습니다. 구독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거든요....;;





1990년대에는 꾸준히 오르다가 2000년대 들어와서는 신문구독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문발행 면수는 크게 늘어났죠... 이를 위해 신문기자들도 많이 뽑게 되었구요... 구독자는 늘지 않는데 발행부수는 그대로고, 또 발행면수는 크게 늘어나며서 기자를 비롯한 인력은 더 충원해버렸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요인은 기업의 광고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거 찾아보니깐 더 암울하네요~ ㅡㅡ;; 전에는 우리나라 신문사의 판매매출과 광고매출의 비율을 2:8 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1:9 정도 입니다. (http://www.media21.or.kr/solution/bbs/smBoard.asp?bGroup=2&bid=da01&mode=view&idx=118&s_category=&page=3&fieldName=&searchkey=) 표는 세계 주요 국가 신문의 판매와 광고 수익 비율입니다. 우리나라 언론사가 얼마나 기업에 목 매달고 있는지 수익구조가 잘 보여줍니다.



구독자들이 빠진 신문사는 기업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위 링크에 신문수입이 신문사 매출의 절반정도를 차지한다고 나오는데, 그 신문수입이라는 것은 대부분 신문사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행사나 대회에서 얻는 수익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각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고등학교 야구대회나(조선일보의 청룡기, 중앙일보의 대통령기 등), 각종 박람회(경향하우징페어 등), 또는 비정기적인 행사를 말합니다. 대부분 기업이 스폰서로 들어오게 됩니다. 여기 재미있는 표가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신문의 20대 광고주를 조사한 표입니다.



 


상위권에 눈에 띄는 기업이 있죠.. 바로 삼성전자입니다. 이제야 이 기사를 소개할 수 있겠네요~ ㅡㅡ;; 사실 이 게시물을 쓰게 된 동기가 바로 이 기사거든요...;;



김용철 '삼성 비자금' 양심선언의 최대 수혜자는 '조·중·동'



사실 기사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막연히 알고 있던 내용을 실증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이미 사업구조자체가 기업에 너무 의존하도록 변해버렸습니다. 사실 시민들이 신문을 외면하게 된 걸 오로지 시민들 탓만 할 순 없죠.... 추측성 기사, 낚시 기사, 양비론 또는 양시론이 범람하는 칼럼 등등...;;; 어떤 신문이든 정론보도의 기치를 내걸지만 정작 이를 지키는 신문은 별로 없습니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할 거 같은데 참 찜찜하네요~ 원래 이 글을 쓴 목적은 '신문 구독료 현실화'였는데 현재 신문을 보면 지금 내고 있는 600원도 아까울 판이거든요... ㅠㅠ 괜히 썼다는 생각만 드네요~;;

posted by namasca
2010. 12. 6. 16:09 Miscellany

어제(8/27) 어떤 분이 자게에 '붉은 돼지를 동경한다는 게시물을 올리셨더라구요~ ^^;; 저도 재밌게 본 에니메이션이어서 방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입학 하고 나서입니다. 1학년 때(1998) 친구 중에 일본 에니메이션 매니아가 있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더라구요...;; 그 때는 아직 정식으로 일본문화가 정식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관심있는 사람들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일본 에니메이션, 음악, 영화를 접했죠... 그 친구도 마찬가지였구요.... ^^;;




처음에는 좀 반감이 있었는데, 그 친구를 따라 원령공주를 보게되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문화충격'이었죠... 원령공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얘기하겠습니다. ^^;; 어쨌든 이 게시물의 주제는 '붉은 돼지'니깐요...



여기에 올리는 두 번째 게시물인데 이번에도 처음은 좀 재미없는 얘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영화얘기부터 보고 싶으신 분은 4.부터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이번에도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썼는데 써놓고 보니깐 쓸모 없는 얘기만 한 거 같네요~ ㅎㅎ




1.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은 1930년대 이탈리아입니다



세계사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이라면 조금만 봐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 그런데 굳이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미야자키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이 에니메이션은 시대배경을 명확하게 드러냈다는 점이죠... 미야자키 작품의 특징이라면 불분명한 시대와 장소를 배경으로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이전 작품인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마녀배달부 키키'와 비교해보면 그렇죠...(토토로는 일부러 제외~ ^^;;) 굳이 이 작품들의 공통점을 찾자면 배경이 유럽(?, 뭐 말은 일본어를 하지만 ;;)입니다.



어쨌든 유럽마니아(?)답게 이 에니메이션의 배경은 이탈리아, 그것도 눈부신 지중해 중에서도 아드리아해입니다.



이탈리아는 지역색이 강한 국가로 유명합니다. 19세기 중반에 통일되기 전까지 약 600여년에 걸쳐 각 도시와 지방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이탈리아를 크게 나누면 북동부 이탈리아, 북서부 이탈리아, 그리고 남부 이탈리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북동부 이탈리아의 중요 도시로는 볼로냐와 베네치아가 있는데, 두 도시 모두 오랫동안 안정적인 민주정이 이뤄진 도시국가입니다. 이 곳의 시민들은 정치의식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고 또 자유에 대한 의식이 강한 곳입니다. 뭐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몇몇 외신을 통해 들은 지금의 베네치아는 외부인이 그곳의 땅값을 엄청 올려놔서 지역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어쨌든 이탈리아 동부 지역은 시민들의 자유와 자치에 대한 요구가 강한 지역입니다. 이 점은 오랫동안 왕국을 유지해왔던 남부 이탈리아, 그리고 강대국(프랑스, 오스트리아)에 둘러싸여 끊임없이 침략을 받았던 북서부 이탈리아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두 곳 모두 왕정이든 공화정이든 중앙의 강력한 통치가 이뤄진 곳이거든요...



그렇게 지역색이 강하던 이탈리아지만 하나의 국가를 향한 열망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이는 베르디의 오페라를 보면 잘 알 수 있죠...이탈리아는 1861년 통일을 이룹니다.(자세한 것은 위키백과참조 ^^;;) 이 때까지 북동부 지역은 통일에서 제외되었지만 1차대전이 지나면서 이탈리아 왕국에 병합됩니다.





이탈리아 왕국은 북동부지역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했습니다. 이후 1차대전이 시작된 이후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에 맞서 연합국 측에 붙었는데 전쟁은 연합국 측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에 대한 전리품으로 이탈리아는 아드리아해 동부연안까지 획득하게 되죠...



하지만 전쟁이 이탈리아에 땅만 가져다 준게 아니었습니다. 이탈리아는 통일과정, 그리고 1차대전을 겪으면서 국채를 과다 발행했는데 이게 나중에 이탈리아에 재정위기를 가져와 이탈리아 경제를 악화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경제가 악화되자 안 그래도 불안했던 이탈리아 사회는 더욱 불안하게 되죠... 이 틈을 타서 이탈리아 각지에서는 사회주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게 됩니다. 북부 공업지대에서는 노동자들이 단결하게 되었고, 남부 농민들도 토지배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사회주의 혁명을 두려워하던 이탈리아의 기득권자들은 그 때까지 반체제 정당으로 알려진 파시스트들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이를 '트라스포르미스모(trasformismo)'라고 하는데, 이는 이탈리아 특유의 정치 상황에서 비롯된 전략입니다. 이탈리아는 영국처럼 강력한 양당이 존재해 두 당이 번갈아가면서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군소정당이 난립했기 때문에 연립정부 구성이 필수적이었는데, 다수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원외 정당 중 몇 곳을 제도권으로 끌여들였습니다. 이는 군소정당들을 정치적으로 길들여서 정권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전략입니다.



그 때 까지 무솔리니는 보잘 것 없는 정치인이었습니다. 무솔리니가 주로 했던 일은 '검은셔츠단'을 조직해 사회주의자들의 파업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공적인 활동이 아닌 사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자유주의 성향의 정부는 파업을 하든 말든 방임하는 편이었는데, 지방의 상공업자들과 지주들은 이런 정부의 행동에 불만이 컸습니다. 이 간격을 무솔리니는 파고든 것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건 무솔리니 일파의 파업 진압은 단지 폭력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주와 상공업자들은 파업을 진압하도록 파시스트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땅이 필요했던 소작농과 질서를 원했던 노동자들도 파시스트들의 행동에 동조했습니다. 게다가 현지 경찰 · 군 · 지방의회 의원까지 파시스트들을 지원했습니다.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질서를 유지하지 못한 정부의 실패를 파시스트들이 폭력과 (침묵하는 사람들의)묵인을 통해 극복해나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솔리니는 중앙정치무대에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무솔리니를 불러들인 우파들은 장관자리 하나 주면 무솔리니가 만족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무솔리니는 야심가였습니다. 이듬해 무솔리니는 일명 '로마진군'을 감행, 일종의 친위쿠데타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총리에 오르게 되죠... 이후 그는 강력한 통치권을 휘두르면서 경제재건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이상 '붉은 돼지'의 시대적 배경입니다.




2. 인간을 위한 기계? 기계를 위한 인간?



전에 밀리터리 포럼에 이런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http://www.toshare.kr/?document_srl=55933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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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투기를 조립하는 장면입니다. 알아보니깐 원래 전투기는 손으로 조립하더라구요...;;; 기계로 하려면 대량생산을 해야하는데 대량생산을 할만큼 수요가 있지 않아 부품을 만들어 사람 손으로 조립한다고 합니다.



'붉은 돼지'에도 이런 장면이 있죠.... 주인공이 새로운 전투정을 만들기 위해 밀라노의 한 장인을 찾아갔는데 전투정 설계부터 조립까지 모두 여자의 손으로 하죠.... 저 위 그림도 보니깐 여자들이 조립에 참가하더라구요~ ^^;;



눈여겨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이 전투정이 조립되면서 군용전투정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2차대전 전에 전투기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됐다고 합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군대에 있어 중요한 건 기술력보다는 수적 우위 확보였죠.... 공장을 통한 군수물품이 대량생산되었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 대량생산에는 또 다른 목적도 있죠... 바로 실업문제 해결입니다. 1930년대 대공황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되는 것이 생산성의 확대를 소비가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이 이뤄지지만 대중들의 소비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재고가 쌓이게 되었고, 돈이 돌지 못해서 공황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돈이 돌지 못하니 기업은 버티지를 못하고 사람들을 해고했고, 기업마다 사람들을 해고한 탓에 실업자는 더욱 늘어나게 되었죠... 실업자가 늘어나게 되자 대중들의 구매력은 더욱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 큰 정부가 나타나게 되었죠... 정부가 빚을 내서 공공사업을 일으키고, 재고품을 소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요인일지도 모르겠는데) 각국은 전쟁준비를 하면서 군수물품을 차곡차곡 쌓아놓습니다. 거대한 전쟁이 아니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런 흉기가 쌓인 것입니다. 어쨌든 이 방법은 실업난을 해결했습니다. 거대한 기계를 놀리지 않고 돌아가게 했으며 사람들을 일하게 만들었고, 중요한 건 정부가 낸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점이죠... 정부는 빚을 내는 한편 또 돈을 마구 찍어냈으니깐요...;; 어쨌든 물건이 계속 만들어져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엄청난 생산이 필요했을까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인간이 편리하자고 또 편해지자고 만들어진 기계가 오히려 인간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주는 형국이죠...;;



뭐 이 에니메이션에는 그런 얘기까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 손으로 만들어지는 비행정과 이 비행정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기계가 필요에 의해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지고, 이 기계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곡예를 보여줄 따름입니다. 뭐 그 아름다운 장면과 곡예가 꼭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ㅎㅎ 그런데 적어도 파괴를 위한 기계보다는 훨씬 더 가치있어 보입니다.




3. 나라를 어지럽히는 유가와 협객



한비자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다섯가지 부류[五蠹之類]를 제시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척결해야할 자들을 유(儒)와 협(俠)이라고 역설합니다. 그 목적은 바로 일통천하(一統天下)입니다. 유는 말[文]으로 나라를 어지럽히고 협은 싸움질[武]로 나라를 어지럽히기에 이들을 막지 못하면 혼란을 다 잡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는 철저하게 위정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관점입니다. 유와 협은 나름의 신조를 갖고 행동했으니깐요~ 뒤집어 얘기하면 그들만의 행동강령에 따르지 않는 자들은 유와 협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붉은 돼지'의 배경은 이탈리아지만 만든 사람은 분명 일본인입니다. (ㅎㅎ 너무도 당연한 말을 ;;) 일반적으로 일본은 유교문화권에 속한다고 분류하지 않지만 분명 유교의 영향이 미쳤음을 부정하긴 힘듭니다.

 

 

'붉은 돼지'에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포르코 로소와 공적(하늘의 해적)들을 협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제가 길게 설명하기 보다는 협의 원형으로 불리는 한 자객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사마천의 '사기' 마지막 부분은 열전입니다. 열전은 천자(본기)나 제후(세가)로 기록되지 않은 역사 속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는 곳이죠... '사기'의 진수라고 불리는 부분입니다. 그 진수 중의 진수로 일컬어지는 부분이 바로 '자객열전'입니다. 여러 자객들이 설명 되는데 가장 첫번째 나오는 '예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터넷은 너무 좋네요~ ^^;; 타이핑하기 전에 혹시나 하고 찾아봤는데 역시나 벌써 올리신 분이 있습니다. 출처는 http://tong.nate.com/gil779/47141191 입니다)

 

 


 

예양의 맹목적인 충심('忠'이라는 관념은 원래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말이지만 나중에는 어떤 대상을 향한 곧은 마음으로 바뀌었죠...;;)이 감동적이면서 또 조금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이 이야기를 매우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예양과 포르코(그리고 공적들)의 비교는 4로 넘길께요~ ^^;;

 

 

 

4. 이제 드디어 영화이야기를......;;;

 

 

 

처음부터 읽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ㅠㅠ 짧게짧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깐 너무 길게 늘어놓았네요~ 다시 정리하기도 귀찮아 그냥 나둘께요~ ;;;

 

 

일단 포스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고 한글로 된 포스터가 있음에도 굳이 일본포스터를 긁어온 까닭은 이 영화가 '일본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일본영화라는 것을 한 번 말했는데 여기서 또 말하네요~ ㅎㅎ 1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특징으로 무국적성과 무시대성을 말한 바 있는데, 그저 영화에만 집중하고 보면 이 작품이 일본영화라는 점을 '망각'하고 볼 위험(?)이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안 보고 2번 모두 집에서 봤지만, 혹시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보신 분은 그저 멋지고 재미있는 영화 하나 봤다고 생각하지, 굳이 이 영화가 일본영화라는 점은 잊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작가의 배경을 감출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르가 '에니메이션'이거든요....;;; 그저 시간 때울려고 보는 게 아니라면 이 영화는 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이탈리아의 프리랜서 파일럿 영화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거 같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돼지가 된 한 프리랜서(적절한 한국어 대응어를 찾기가 힘드네요~ ^^;;) 파일럿, 포르코 로소는 공적(하늘의 해적)과 적절하게 공생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들이 도둑질을 해도 그들을 죽이거나 또는 그들이 강탈한 돈을 죄다 빼앗지 않고 그들도 먹고 살도록 배려해주죠~ ^^;;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포르코의 환상적인 비행실력입니다. 포르코 로소는 아드리아해의 NO.1파일럿입니다.

 

항상 당하기만 했던 공적들은 미국에서 온 파일럿 커티스를 용병으로 고용합니다. 자신의 비행정을 고칠 필요를 느낀 포르코는 단골이 있는 밀라노로 가는 도중에 커티스를 만나죠... 커티스를 용케 따돌리는가 싶더니 포르코의 비행정은 추락하고 맙니다. 호랑이 없는 산중에서는 여우가 왕이라고, 커티스는 자신이 NO.1이 된 것 마냥 갖은 허세를 부리죠...

 

잠시 피해있던 포르코는 자신의 비행정 잔해를 갖고 밀라노에 도착합니다. 밀라노에는 오랜 단골인 피콜로가 있습니다. 피콜로는 자신의 조카인 피오에게 일을 맡깁니다. 포르코는 어린 여자 아이가 무슨 비행정을 설계하냐며 떨떠름해하지만, 피오의 열정을 보고 피오에게 비행정 설계와 제작을 의뢰합니다.

 

 

비행정 제작과정이 좀 재미있습니다. 마을의 남자들은(밀라노도 큰 산업도시인데 모두 어디로 갔는지;;) 죄다 외지로 돈 벌러 나갔고 여자들만 남아있다고 해서 비행정 제작은 여자들이(모두 피콜로의 친척들 ;;) 도맡아 합니다. 마치 마을의 공동작업을 하는 것처럼 모두 시끌벅적 즐겁게 일하는 데 이런 과정에서 바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거죠...뭐 즐거운 건 즐거운 거고, 중요한 건 물적토대가 마련되어야 하죠... 피콜로의 작업장에는 두 가지 물적토대가 있습니다. 하나는 돈을 대주는 물주 포르코(;;) 다른 하나는 장인들이 모여있는 밀라노 공방촌(산업단지라는 말도 있는데 아무래도 공방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이죠... 아마 중요 부품 조달은 공방촌을 통해 했을 것입니다.

 

이 밀라노의 공방촌은 대량 생산을 위한 산업화가 진행되던 이탈리아의 상황과 대비됩니다. 본래 대량 생산이라는 개념은 영국에서 처음 생겨났습니다. 영국은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고 국내에서 대량생산을 해서 해외에 내다 파는 과정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영국은 축적된 부를 각국에 투자함으로써 제국주의 확대의 토대를 마련합니다. 여기에 자극받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도 영국의 뒤를 쫓아 산업화에 나서게 되는데, 사실 이 과정은 매우 폭력적으로 이뤄졌죠...채플린의 '모던타임즈'를 보면 단순작업을 통한 대량생산이 인간의 가능성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희극적(희극적이어서 오히려 그 비극이 더욱 강조됩니다)으로 보여줍니다.

 

어쨌든 대륙의 장인들은 각자 살아갈 길을 개쳑해야 했습니다. 일부는 시대의 흐름을 좇아 기계를 들여와 대규모 생산설비를 들이고, 일부는 계속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켜나갑니다. 자신들의 생산품은 단순한 소비품이 아닌 하나의 '작품'이라는 인식으로 만드는 것이죠...프랑스나 이탈리아에는 유난히 명품 브랜드가 많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명품 브랜드가 하나의 소비제품으로 인식되지만 원래 명품은 소비대상이 아니죠... 고이 모셔두면서 '감상'하는 하나의 작품입니다.

 

2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포르코의 비행정 제작 과정 중간에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 국가의 비행기가 나옵니다. 포르코의 비행정은 포르코가 자신의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기 위한 포르코의 '동반자'였다면, 대량생산을 통해 만들어진 파시스트(이미 국가가 파시스트에게 점령되었기에)의 비행기는 파괴를 위한 소모품에 불과하죠... 포르코는 자신의 자유로운 비행을 위해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했는지도 모릅니다.

 

 

비행정은 완성되었습니다. 파시스트의 견제를 받던 포르코는 시험비행를 생략한 채 바로 비행에 나섭니다. 시험비행 없이 바로 나섰기 때문에 비행정 설계자이자 제작자인 피오는 이번에는 정비사(그리고 채권자의 역할도 겸해서)로서 같이 길을 나섭니다. 포르코는 밀라노를 떠나면서 자신의 동료였던 한 군인(이름이 기억이 안나요 ㅠㅠ)의 도움을 받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좀 뭉클하더라구요.. ^^;; 각자 가치관이 달라 같은 시대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친구사이의 의와 정은 남아있는 모습....동양이든 서양이든, 옛날이든 현재든 언제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포르코는 커티스와 다시 한 번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포르코와 커티스의 대결은 왁짜지껄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뤄집니다. 이 축제 장면도 참 재미있죠.... ^^;; 민중들이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축제를 벌인다~!! 또한 이 축제를 통해 서로가 하나됨을 느낀다. 바로 축제의 의의죠... 포르코와 커티스의 대결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닐지 모릅니다. 전체주의가 엄습하던 시기에 민중이 모여서 축제를 벌여 한바탕 망각의 시간을 갖는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를 장악하던 파시스트들의 입장에서 보면 포르코나 공적 일당 모두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치워버려야 할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궁극적인 목적을 '새로운 인간'의 창조라고 했습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여러 만행 중에서 테러와 강제 수용소를 주목합니다. 이 테러와 강제 수용소는 과거 공포정치가 이뤄지던 시기의 침략전쟁, 노예제, 강제수용소와 구별된다고 보았습니다. 공포정치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과격한 유형의 테러가 노린 유일한 목적은 반대파를 패배시키는 데 있다면, 전체주의 아래에서 자행된 테러는 정권이 더 이상 반대파를 겁낼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습니다. 이 테러는 죄없는 희생양을 만들고, 법을 전적으로 무시하면서 이뤄졌는데 아렌트는 절멸 행위 그 자체가 전체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본질이라고 보았습니다. "모든 것은 가능하다"라는 선동 구호로 시작된 전체주의는 "모든 것은 파괴될 수 있다"로 변질되고 만 것입니다.

 

그 목표는 인간 존재의 완벽한 지배인 '전체적 지배'의 확립입니다. 인간은 자연이나 역사의 운동법칙에 저항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죠.. 무기력한 인간을 창조해 세계를 파멸시키고자 하는 절대악의 세계 개조라고 보았습니다. 전체주의가 말한 '새로운 질서'란 모든 것이 파괴된 바로 '그곳'이죠...

 

굳이 아렌트를 꼬박꼬박 주어로 넣는 까닭은 저는 이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너무 이념적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곳에 모여든 인간들은 아무래도 이념보다는 이익을 위해 모였기 때문이죠... 또 그게 제가 생각하기엔 나치나 파시스트의 가장 합당한 생각이구요~ 엄청난 대학살과 나치의 철저한 이념 교육을 봐왔던 아렌트였고 또 이를 극도로 증오했던 아렌트였기에 이런 생각을 했다고 보입니다. 사실 이탈리아의 전체주의는 독일의 그것과 비교해 그렇게 철저하지 못했죠...;;

 

 

이탈리아의 파시스트가 국가 전체를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압박 속에서도 숨쉬고 있던 시민 사회가 있었습니다. 전체주의 이론 가 칼 프리드리히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이를 '단절의 섬'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를테면 독일의 과학자 사회나 이탈리아의 카톨릭 교구, 협동조합을 들 수 있습니다. 포르코와 커티스의 대결에 몰려든 사람들의 축제를 '단절의 섬'으로 볼 수 있을까요?? 포르코와 커티스는 대결을 끝낸 후 여기에 모인 사람들을 잡으러 온 이탈리아 공군을 따돌리죠..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무리를 가만두지 못하는 법입니다. 특히 그가 독재자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죠...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제 4공화국의 유신정권이 그러했고, 제 5공화국의 삼청교육대가 그러했습니다. 또 이는 유(儒)와 협(俠)을 국가를 좀 먹는 무리로 본 법가의 이념이기도 합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버리려는 시도...

 

 

그런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또 어떤 이는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까지 얘기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단지 먹고 살기만을 바라는 '돼지'는 아닐 겁니다. 자기 의지대로 살아 숨쉬고, 자기 의지를 표현하고,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는 존재, 즉 자유로운 존재가 바로 인간의 본 모습입니다. 이를 파괴하고자하는 공작은 어느 시대고 어느 곳이고 간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바로 이게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포르코의 외양은 돼지지만 이 곳에서 누구도 그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만화여서? 그가 힘이 쎄서? 그가 돈이 많아서? 여러 곳에서도 얘기 됐지만 포르코의 외양은 '상징'이죠...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한 한 사람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형상화시켰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한 포르코는 자신의 비행을 통해 진정한 인간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을 말이죠...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 정말 멋진 대사입니다. ^^;;

 

 

(덧붙이기) 8/28일 경향신문 만평 장도리

 

 

 

 

이 만평이 나온 배경 “지브리 스튜디오는 3D애니 제작할 생각 전혀 없다” 

 

기사 中

 

“지브리 스튜디오는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현대사회는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모든 것이 디지털화돼가고 있는데, 지브리는 인간의 수작업으로 해나가는 게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생각할 뿐입니다.”


 

 

과연 장인들의 자존심입니다. ^^;;

posted by nama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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