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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Ecology)와 경제(Economics) 그리고 윤리(Ethics)가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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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선언'에 해당되는 글 1

  1. 2010.12.06 북한에 대해 처절한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말하는 진보
2010. 12. 6. 16:27 Ethics

전부터 계속 궁금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자식을 키울 때 어떻게 키워야 하는 문제입니다. (ㅡㅡ;;) '이 곳은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언젠가는 정의가 승리할 것이니, 너는 언제나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길 바란다' 라고 말해줘야할지, 아니면 '이 곳은 그리 공정한 곳이 아니며,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 같은 곳이니 다른 이들에게 짓밟히지 않도록 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라고 말해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뭐 간단히 말하면 이상을 심어줘야하나 아니며 현실을 알려줘야하는 문제일 겁니다.

 

 

저희 부모님의 예를 들자면, 부모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상을 말씀하십니다. ;;; 어렸을 때는 이를 믿었지만, 저도 머리가 커져서 더 이상 믿진 않습니다. 그렇게 많은 경험을 하지 않았지만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압니다. ㅡㅡ;;

 

 

저희 부모님과 반대로 어렸을 때부터 현실을 가르친 분이 있습니다. 대학교 다녔을 때 어떤 교수님 얘기인데, 자기는 항상 자식들에게 현실의 냉혹함을 알려줬다고 하더군요....;;; '이곳은 부조리가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니 원칙대로 살아가다간 남들에게 당하기 십상이다'라고 얘기한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정말 행동으로 자신의 교육이념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자식이 둘 있었는데, 안식년으로 외국에서 연구했을 때 하나만 데리고 갔더라구요....;;; 자식들간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걸 몸소 보이셨습니다. (ㅡㅡ;;)

 

 

 

저나 그 교수님은 자식 교육에 대해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하지만, 이런 고민을 더 깊게 해야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인들입니다.

 

 

정치인들은 신념을 말해야 할까요, 아니면 현실을 말해야 할까요? 지금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현실을 말한다는 곳에서 이상론을 부르짖고, 이념에 경도되었다고 평가받는 곳이 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뭐 다른 얘기가 아닙니다. 북한의 정권세습에 대처하는 각 정당과 언론,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선 저의 진정성을 의심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분명하게 말합니다. '북한의 정권세습은 잘못된 일입니다'

 

 

 

북한의 정권세습에 대해 여러 곳에서 잘못된 짓이라며 비판을 합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이 비판을 주저하고 있다며 비난받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민노당의 이념지향성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라며, 아직도 민노당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분은 이게 바로 대한민국 진보의 현실이라며 그들이 항상 얘기하는 인권, 민주주의가 내용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오늘 보니깐 민노당의 경향신문 절독은 경박하다고 하는 분까지 있더라구요....(그분이 항상 얘기했던 똘레랑스가 이런 것인지 참 아쉽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제가 보기엔 민노당의 북한 정권 세습에 대한 논평 보류는 이념성에 경도된 모습이 아닙니다. 다시말하면 종북주의때문에 북한정권세습에 대한 비판을 삼간 것은 아닙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김정일 부자로 대변되는 북한 정권의 지도부와 '어쩔 수 없이'(불가피하다라는 단어를 써야할지 고민했습니다) 대화에 나서야하는 현실을 고려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좋은 길이라면 북한의 지도부가 계몽돼서 민주화와 인권개선을 이루고, 외부와 개방해서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일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건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아마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도 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 다음으로 나은 방안은 북한의 지도부를 인정하고, 그들과 대화를 해서 적어도 '경제적'으로 개방시키는 방안일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나온 성과가 바로 6.15선언과 10.4선언입니다. 모두 북한의 정체를 인정하는 선에서 상호협력과 교류를 약속한 선언입니다.

 

 

마지막은 뭐 북한사회가 붕괴되는 것입니다. 혹시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 일부는 이를 반길지도 모르지만, 대다수 보수층과 진보진영에서는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로 여기고 있습니다. 외교와 안보에서 가장 피하는 것은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인데, 북한의 붕괴는 상황에 따라 수많은 가지치기가 놓여있는 가장 풀기어려운 실뭉치입니다.

 

 

막말로 북한의 권력 세습이 예상치 못한 일이었나요?? 이미 작년부터 꾸준히(대북관련 정보를 다루는 곳에서는 아마도 더 일찍부터) 나왔던 얘기입니다. 정치를 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걸 뭐라 할 건 아닙니다. 제가 뭐라고 하는 건 정치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그들은 적어도 현실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해야죠...

 

 

가치를 우선적으로 지향하는 정치인을 비난하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가치나 이념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참 위험한 녀석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실을 반성하고 비판하면 모를까, 이를 바탕으로 현실을 엮어가는 건 어쩌면 대규모 폭력이 동반돼야 가능합니다. 힘이 세면 뭐 상관없습니다. 아니... 힘이 아무리 세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 부시행정부가 추진한 테러와의 전쟁의 이상은 참 고상했습니다. 자유와 보편적 인권에 기초한 민주사회 건설...!! 그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면서 대외적으로 내건 이유입니다. 마이클 왈쩌같은 저명한 철학자는 여기에 속아(?) 이 전쟁을 지지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이를 추진할 '힘'도 갖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실패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만큼의 군사력도 경제력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앞세워 대북관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공허한 외침이었는지 지난 2년간의 성과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무슨 대단한 민족적 이상을 갖고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현실을 보자는 겁니다.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길은 '햇볕정책'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선 경제적으로 남북이 교류해야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이 나아질테고, 이게 북한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정치적인 주장을 앞세우는 건 사실 경제적인 교류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좌파든 우파든 동의하는 게 하나 있는데, 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가 빠른 경제성장을 하는 길은 어느정도의 독재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좌파 지젝은 랄프 다렌도르프의 '눈물의 계곡'을 비판하면서, 우파로 분류되는 자카리아는 '자유의 미래'라는 책에서 한국과 대만·칠레의 민주화를 지적하면서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의 뉴라이트도 동의하는 바가 아닌가요??

 

 

북한의 권력세습을 그저 비판하기보다는 이를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게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처절한 실용주의에 입각해 썼습니다. ㅡㅡ;;

 

 

 

(덧붙이기) 제가 비판해왔던 실용주의와 현실주의에 입각해 쓸려니깐 힘들더라구요... ㅡㅡ;; 그런데 남북문제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통일은 이뤄야하고, 적어도 북한의 굶주리는 인민을 먹여 살려야 하지 않을까요?? 뭐 통일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그저 쓸데없는 논의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그런 분들이 제 주위에도 꽤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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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ma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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