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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Ecology)와 경제(Economics) 그리고 윤리(Ethics)가 하나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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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에 해당되는 글 1

  1. 2010.12.06 포화속으로를 보고...
2010. 12. 6. 15:48 Miscellany

여기에 올리는 첫 게시물입니다. 전에 자게에서 '포화속으로'를 봤다고 하고 이게 꽤 볼만한 영화라고 하신 분이 엄청난 비추를 먹은 적이 있었죠.... 사실 이 영화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 게시물에 대한 논란을 보고 급관심이 생겨 영화를 보게됐습니다.

 

 

1년에 영화관을 한 두 번 가는 저로선 꽤 대단한 결의입니다~ ^^;;  부디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제발 글을 읽고 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름 꽤 진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 영화를 봤거든요... ㅎㅎ

 

이 영화 보기 전에 이런 글도 썼습니다~ ㅡㅡ;;  '전쟁은 볼거리가 아니죠'


본격적인 영화 이야기는 4.부터 시작됩니다. 바쁘신 분은 여기부터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쓰긴 썼는데 써놓고 보니깐 1,2,3 에서는 쓸데없는 얘기만 주욱 늘어놓은 거 같네요... ;; 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고나니깐 느끼는 건데 이 영화는 별다른 반전도 없고 또 서사구조가 약해 내용을 안다고 해도 감상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네요...



 

1. 무언가를 감상한다는 것!  그것은 괄호넣기이다!

 

 

처음은 완전 재미없게 칸트 얘기부터 할렵니다. 이건 제 맘이니깐요.. ㅋㅋ

 

 

칸트에 따르면 우리는 사물 또는 사건을 판단할 때 3가지 판단을 동시에 한다고 합니다. 인지적판단(참인가 거짓인가), 도덕적판단(선인가 악인가), 미적판단(쾌인가 불쾌인가)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칸트의 언어로 바꾸면 각각 순수이성, 실천이성, 판단력입니다. 이를 아주 어려운 말로 배배 꼬아서 정리한 게 바로 그 유명한 칸트의 비판 3종세트입니다. (ㅡㅡ;;)



과학자의 경우 세가지 판단 중에서 도덕적판단 또는 미적판단을 괄호에 넣고, 예술가의 경우 사물이 허구라든지 또는 그것이 악이라는 측면을 괄호에 넣습니다. 괄호에 넣는다는 말은 그것을 인지하지 않고 무시한다는 말입니다.

 

 

얘기가 추상적이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뒤샹의 '샘(fountain)'이라는 작품을 아시나요?

 

 

 

바로 이 녀석입니다. 처음 이 작품이 전시회에 나왔을 때 전시회장은 발칵 뒤집혔죠... 눈에 보이는대로 이것은 남성용 소변기입니다. 화장실에서 이 놈을 보면 당연히 여기에 소변을 봐야죠... 그리고 길거리에 이 녀석이 있다면 쓰레기로 폐기처분해야되구요... 그런 물건을 전시회장에 떡 하니 전시해놓은 겁니다. 이 소변기를 예술작품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위의 세가지 판단 중 인지적판단과 도덕적판단은 무시하고 오로지 미적판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가 아닌가만 갖고 이 물건을 판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이 작품을 오로지 미적판단을 통해 인지하기 힘드네요..)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도덕적판단과 미적판단은 괄호에 넣고 오로지 인지적판단을 통해 환자를 대합니다. 그 환자가 예쁘게 생겼든 말든, 그 환자가 나쁜 놈이든 착한 놈이든 간에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하는 사명감으로 일해야 합니다. 의사들이 그 힘든 트레이닝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판단을 몸에 익히기 위함입니다. 사람의 신체, 특히 피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기 마련입니다.

 

만약 이런 작업에 익숙해진다면 사람들은 어떠한 판단을 괄호에 넣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게 됩니다. 마치 과학적 대상, 미적 대상, 또는 도덕적 대상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믿는 거죠....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2.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무엇을 잊고 보는가?


 

영화관에 들어가면 어떤가요? 주위가 껌껌해지고 앞에 엄청 큰 화면이 나옴과 동시에 쿵쾅쿵쾅거리는 굉장한 사운드가 자신의 주위를 휘감는 걸 느끼게 됩니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실황연주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굉장한 연주였죠... 그런데 몇 년전 '카핑베토벤'이라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소리가 큰 건 둘째치고 좌우 앞뒤에서 쿵쾅쿵쾅 울리면서 베토벤의 '합창'이 온 몸을 감싸는데, 과연 소리란 귀로만 듣는게 아닌 온 몸으로 느끼는 것이구나 라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이처럼 영화관은 이미지가 실제현실을 압도하는 곳이죠..


 

영화관에 가면 영화에 몰입하도록 강요됩니다. 위에서 말한 칸트식으로 얘기하자면 인지적판단과 도덕적판단은 무시하도록 요구받는 거죠... 미적판단, 즉 즐거운가 즐겁지 않은가를 느껴야 한다는 겁니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 이것 저것 메모하면서 볼 수도 있고 또한 다시 돌려보기도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생각도 하면서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영화관에서는 다르죠.... 영화표를 예약하고, 이를 출입구에서 끊고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현실과는 다른 영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면 이곳에 몰입해야 합니다. 가끔은 옆사람과 눈을 마주치기도 하지만 크게 얘기하는 건 실례죠...



잘 만들어진 영화는 시작 5분 만에 관객을 휘어잡습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영화의 이야기, 사운드, 화면에 몰입하면 자신도 모르게 그 영화가 허구인지 아닌지, 도덕적인지 아닌지는 판단을 보류합니다. 이런 판단은 상영관을 나가야 가능하게 됩니다.



물론 재미없는 영화라면 얘기는 다르죠... 온 몸을 배배 꼬다가 그냥 잠들고 말죠....;;

 


그냥 여흥활동 즐기는 데 너무 심각한 의미 부여를 하는 것 같죠? ㅎㅎ




3. 전쟁영화를 보면서 무엇을 생각해야할까?



전쟁영화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매우 많습니다. 논지전재의 일관성을 위해 칸트를 계속 빌려오도록 하죠... ㅎㅎ


먼저 인지적 판단으로는 그 영화의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성이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제가 어렸을 때 정말 감명깊게 본 영화 중에 '영웅본색'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봤지만 만약 제 자식이 본다고 하면 말릴 영화입니다. 그만큼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고 또 이것이 아름답게 묘사된 영화죠...;;


'영웅본색'에는 총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양 손에 권총 한자루 씩 들고 마구 쏴대죠... 그런데 권총은 절대로 한 손으로 쏴서 명중 시킬 수 없다고 하죠...;; 그런데 주인공이 쏘는 건 쏘는 족족 명중합니다. 사실성에서 많이 벗어나는 영화죠... 이런 비판이 많이 제기된 탓인지 요즘 나오는 영화에서 권총을 쏘는 장면을 보면 두 손을 받치고 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도덕적 판단을 통해 영화를 본다면 전쟁이 일어나는 과정이 정당했는가? 또는 사람을 오직 전쟁의 도구로만 이용했는가 여부를 가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전쟁영화의 가장 큰 딜레마가 상업영화에 도덕적 잣대를 얼마나 들이대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당한 전쟁론'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이 세상엔 정당한 전쟁은 하나도 없습니다.


서양에서 제기하는 '정당한 전쟁론'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통성 있는 정부에 의해 수행되는 전쟁, 두 번째는 정당한 이유에 의해 이뤄지는 전쟁, 세 번째는 올바른 수단으로 행해지는 전쟁 등 이 세 가지 요소가 부합될 때 그 전쟁은 정당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소입니다. 자신은 정당한 이유라고 우기는데 상대방이 인정을 안 할 경우, 아니 자신의 집단 내부에서 이 이유는 정당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죠...


더 큰 문제는 바로 세 번째 요소입니다. 이는 전쟁을 수행하면서 민간인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전은 따로 전선이 존재하지 않는 전쟁입니다. 본격적으로 지상군을 투입하기 전에 대규모 폭격이 이뤄지죠... 이 때 민간인의 희생이 많이 일어납니다. 지상군이 투입돼서도 민간인의 희생은 피할 길이 없죠... 베트남전쟁을 그린 영화를 보면 많은 영화가 정규군에 의한 무자비한 민간인의 피해를 그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로 '지옥의 묵시록'을 들수 있죠...



미적 판단의 잣대를 영화에 적용하면 그 영화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환타지를 심어주는가 여부를 가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 멋진 화면, 그리고 웅장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는 음악 등 이 세가지가 영화 속에서 얼마나 조화롭게 어우러졌는지 판단할 수 있겠죠... 이는 전적으로 연출자의 능력이 좌우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영화 비평이 집중하는 부분이 바로 미적 영역입니다.




4. 한국전쟁 60년을 기억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포화속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이야기를 시작할 시기군요... ㅎㅎ 급하신 분은 1,2,3 모두 건너 뛰고 여기부터 읽으셔도 되겠습니다. ㅎㅎ 이 말은 서론에 해야겠네요...



먼저 이 영화는 '반공'영화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공산당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없진 않았습니다. 중간 부분에 한 꼬마인민군이 총을 들면서 인민해방, 미군괴뢰 등을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또 뒷부분에 가면 인민군 장교로 나오는 차승원이 피에 굶주린 괴물처럼 나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얘기 하겠지만 사실은 양쪽 모두 괴물이 돼버린 상태라 딱히 북한군만 부정적으로 묘사되진 않았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사실 별 생각없이 영화에 집중해서 보면 시간 때우기로는 볼만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전쟁이야기를 하면서 그것도 한국전쟁 이야기를 하면서 전쟁에 대한 고민없이 영화를 보는 게 가능할까요? 그런 의도로 만들어 성공한 영화가 있긴 있었습니다.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였죠.... 전쟁에 대한 고민 없이 장동건, 원빈의 두 멋진 배우의 연기와 화려한 전투 신 등으로 무장한 이 영화는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습니다. 사실 '포화속으로'를 제작하게 된 동기가 제작사 간의 경쟁의식의 발로로 기획됐다는 얘기가 있더라구요... 이런 얘기는 제쳐두고 '포화속으로'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의식한 면이 분명 있습니다.



배우의 캐스팅부터 '태극기 휘날리며'를 의식했습니다. 포스터에는 가장 앞에 나온 이름이 차승원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최승현과 권상우입니다. 굳이 대입하자면 최승현은 원빈에 권상우는 장동건에 대입할 수 있겠더라구요.... 좀 약한 듯 보이지만 강단 있는 학도병 중대장 최승현과 엄청난 전투능력을 보이면서 반항적인 권상우가 대비가 됩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반공영화로는 성공할 수 없기에 내세운게 바로 인간 사이의 정이죠... 처음에는 반목하고 싸우지만 나중에는 화해한다...;; 참 식상하지만 나름 감동을 줄 수 있는 공식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 공식 조차 참 어설프게 이용했더라구요...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 공식을 절묘하게 이용하면서 감동을 만들어냈습니다.



처음부분에 권상우가 최승현을 무시하고 깔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기보다 훨씬 약해보이는데다 나이도 어린데 먼저 전투를 경험했다는 이유 하나로 최승현이 중대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죠... 나중에 권상우 패거리가 사고를 쳐서 식량을 몽땅 불태워버렸는데, 여기서는 이 일을 계기로 권상우가 최승현의 말을 그런대로 듣는 걸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참 어설프다는 게 문제죠....;;;


그런대로 둘이 지내다가 차승원이 학도병에게 항복을 종용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사실 이 장면도 참 맥락없이 전개되는 부분입니다. 차승원의 카리스마가 빛나긴 하는데 상황 자체가 워낙 말도 안되다 보니 오히려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비장한 음악이 흘러도 말이죠....;; 어쨌든 권상우는 말도 안되는 싸움은 집어치우고 도망가서 후일을 도모하자며 애들을 선동하고 최승현은 이를 제지합니다. 그리고 둘이 다툽니다. 여기서 한 학도병이 자신의 동생을 직접 쏴 죽이고(이 장면에서 전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울면서 홀로 진지로 향합니다. 이 장면을 본 권상우는 선동을 그만두고 자기 친구와 함께 그냥 떠납니다. 자기는 여기서 개죽을 당하지 않고 폼나게 싸우다 죽겠다면서 말이죠...;;


그 다음 전개는 이 영화의 최절정 막장구간입니다. 그렇게 떠난 권상우와 친구는 인민군 트럭을 발견하게 되고 이 트럭에 많은 양의 탄약과 무기가 있는 걸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둘은 이 트럭을 탈취해서 나중에 학교로 돌아와 전투에 참가하게 되고 권상우와 최승현은 극적으로 화해를 하죠... 제가 굳이 이 부분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영화를 보다보면 권상우가 그냥 도망가지 않고 트럭을 탈취해 다시 돌아올 게 눈에 빤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권상우는 말 그대로 람보마냥 엄청난 전투력을 뽑냅니다. 약해보이기만 했던 최승현도 이에 못지않은 전투력을 뽑내며 수많은 인민군을 사살합니다. 이를 본 인민군 장교 차승원도 분노 게이지를 올려가며 똑같이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해 그 둘을 잡으려 듭니다. 이 부분은 워낙 사실성이 떨어지니 그냥 마음 비우고 셋의 싸움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밖에도 어이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차승원이 항복을 종용하면서 2시간 후에 점령하러 다시 온다고 한 후 학도병들은 전투준비에 들어갑니다. 그 전에 최승현하고 권상우가 싸웠으니 정작 준비할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밖에 안되겠더라구요... 그 짧은 시간동안 그 많은 화염병을 만들어내고, 대전차진지 구축, 대전차화기 등을 만들어냅니다. 뭐 앞에서도 말했듯이 차승원이 찾아온 거 자체가 만화같은 일이었으니 그 이후 이야기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켜봐야합니다. 안 그러면 불편합니다. (ㅡㅡ;;)


그런데 재미있는 건 시작할 때도 그렇고 끝낼 때도 그렇고 이 이야기는 실화라는 사실을 그토록 강조한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 엔딩롤에서는 지금까지 생존한 학도병들의 육성 메시지가 나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감동적인 부분입니다. 이런 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이렇게 풍요롭게 살지 모를 일이죠... 어쨌든 그렇게 사실성을 강조하고자 하면서 어째서 영화는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를일입니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허접한 장면과 얼빠진 이이기의 전개가 나오는데, 뭘 믿고 그토록 실화라고 강조했는지.... 정말 이야기의 소재가 아깝습니다. 학도병의 편지를 바탕으로 구성된 학도병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전쟁 이야기.... 얼마나 멋진 소재입니까?? 이 멋진 소재를 살리지 못한 책임은 응당 연출자가 져야할 일입니다.


이야기의 사실성 떨어진다는 점과 이야기의 맥락이 닿지 않는다는 부분을 본다면 인지적판단과 미적판단을 이 영화에 적용해 볼 때 이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닙니다. 바로 도덕적판단의 적용 문제입니다.



전쟁영화에 도덕적 판단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앞에서도 말한 바 있습니다. 상업영화에 지나친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사실 문제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한국전쟁 이야기일 경우에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엔 엄격한 도덕적 반성을 요구해야합니다. 바로 우리 이야기이고, 현재 진행될 지도 모르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응당 잘못된 전쟁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어린 학생들을 전쟁에 내몰아야 했던 상황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없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이 영화의 문제입니다.


사실 그런 장면이 짧게나마 있긴 있었습니다. 최승현이 어머니에게 도착할지도 모르는 편지를 작성하는 장면입니다. 두 부분에 걸쳐서 나오는데 잔잔한 음악과 함께 나오면서 짧게나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짧은 게 문제죠... 두 장면 합해봐야 2분이나 될까요? 거의 2시간의 영화 중 성찰하는 시간은 단지 2분 뿐이라니... 너무 짧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반박할지도 모르죠... 머리 식히려 영화보는 건데 뭣하러 이런 복잡한 걸 생각할 필요가 있겠느냐?? 다시 말하지만 한국전쟁 이야기는 이미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진행되는 이야기이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무엇이 같은 민족을 그 전쟁에 몰고 들어갔는지, 어째서 제대로 총도 만져보지 못한 학생들이 전선에 투입돼야 했는지, 국군은 어째서 학도병과 끝까지 함게 하지 못하고 그들만 남겨둔 채 낙동강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는지.... 그런 물음이 응당 제기돼야 하며 또 어설프게나마 해답도 제시해야 합니다. 저 물음 중에서 마지막 물음만 빼고는 나머지 물음은 영화에서 제기 되지 않았습니다. 각자 생각할 일이고, 만약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그냥 넘어갈 일입니다.


이건 큰 문제입니다. 기껏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를 봤는데 이런 성찰조차 하지 못하고 넘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혹시 한국전쟁을 우리의 이야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티비나 인터넷 또는 다른 영화에서 봐오던 전쟁 처럼 다른 곳의 전쟁 중 하나 처럼 인식하는 게 아닐까요? 만약 이러다 정말 이 땅에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이런 성찰도 못해 본 채 전쟁에 투입된다면 그저 저 앞의 적들을 상부에서 시키는대로 까부숴야 되는 괴물로 인식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정말 괴물이 될 자는 누굴까요?


전 앞에서 차승원만 괴물이 아니라 그에 맞선 최승현과 권상우도 괴물이 됐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전쟁은 쌍방을 모두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진정한 '괴물'입니다. 아직도 제가 상업영화에 지나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고 생각하신다면 '지옥의 묵시록'이나 아리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도 다시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두 영화가 어떤 물음을 당신에게 묻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 영화는 너무도 가볍습니다. 너무도 무겁고 무서우며 또 실제의 소재를 너무도 가볍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상 이 영화를 마음편히 볼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덧붙이기 1) 이 영화를 너무 까기만 했는데 몇 부분은 정말 칭찬하고 싶습니다. 먼저 최승현의 연기입니다. 전 그저 아이돌 가수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서 보여준 최승현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온 원빈보다 더 훌륭한 연기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반면 권상우는 그 이미지를 깨기가 힘들 거 같더라구요... 삐닥하고 반항적인 학생 이미지 말이죠.... '동갑내기 과외하기' 부터 '말죽거리 잔혹사' 등에서 보여준 그 이미지를 '포화속으로'에서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권상우가 앞으로 배우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가지 권상우에게 칭찬해줄 일은 있습니다. 과연 육군 조교다운 모습을 보여주더라구요... 총 쏘는 거부터 해서, 포복하기, 칼 던지기 등등... 만약 이 영화를 보신다면 갈대밭에서 권상우가 보여준 앉은포복(맞나? ㅎㅎ)을 눈여겨 보실 일입니다. ^^;;


차승원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역시 섬세함을 아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캐릭터 자체가 지나치게 만화적인 캐릭터라 몰입하기는 힘들더라구요... 김승우는 별로 나오지 않으니 패스~~~;;


전투장면이나 폭파 장면에서는 정말 돈 많이 들였다는 생각이 나긴 하는데 멋지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었습니다. 탱크 두대를 동원하고 모두 폭파 시켰으니 말 다했죠...;; 그런데 역시 전쟁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 맛 아닐까요??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사운드와 화면 등등...;;



(덧붙이기 2) 영화관 바로 밑이 백화점입니다. 영화관이 백화점 제일 꼭대기에 있어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내려갈때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그냥 아이쇼핑이나 해볼려구요.... 한국전쟁 이야기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보고 자본주의의 총아인 백화점을 구경한다.... ;;;; 무언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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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mas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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